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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庚戌國恥)

담쟁이가이드 2023. 8. 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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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8월 22일 월요일

오후 1시

창덕궁 대조전 흥복헌에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국무회의(어전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자들은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과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을 체결했던 이완용과 박제순

중추원의장(현 국회의장) 김윤식과 왕족 수반인 이희 였다.

흥복헌(興福軒)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겸 대리집정공 박제순
대한제국 중추원 의장 김윤식

 

회의가 시작되었지만 누구하나 발언하지 않고 정적만이 가득한 분위기였고

순종마저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참 후에 침묵을 깬 사람은 이완용이었다.

이완용은 지금까지 있었던 한일합병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일합병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였다.

이완용의 말을 들은 회의에 참석자들은 모두 찬성하였다.

어전회의가 열리는 병풍 뒤에 앉아 있던 순중의 아내 순정효황후는

회의에 참석한 대신들이 모두 '지당합니다'라고 하는 말에

들고 있던 옥세를 치마 밑에 감췄다고 전해진다.

오후 3시

한침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순종이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입을 연 순종의 말은

"모든 신하들이 좋다 하면 짐도 이의가 없다. 동양 평화를 위해 기쁜 일이다." 이었다.

대한제국 황제 순종의 '이의가 없다.'라는 한마디로

조선의 518년 역사가 종결되는 순간이다.

오후 4시

이완용은 통역을 도와줄 주중웅과 함께 남산으로 갔다.

데라우치 통감을 만나기 위해서다.

데라우치 마사타케(Terauchi Masatake)

 

오후 5시

순종의 위임장을 가지고 온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 통감 데라우치가

한일병합조약 문서에 서명을 한다.

1910년 8월 29일에 발행된 조선총독부 관보에 게재된 한일 병합 조약의 한국어 원문(왼쪽), 일본어 원문(오른쪽)
한일합방 조약 조인서

 

한일병합조약

제1조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

제3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의 지위에 따른

위엄을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이완용과 데라우치는

한일병합조약 문서에 서명이 끝나고

서로에게 축하를 건내며 샴페인으로 건배하였다.

대한제국이 실질적으로 망하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한일병합조약 문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조선에 공포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조선의 거리에는 경찰과 헌병들이 가득 메웠고

전국의 항일자들을 줄줄이 연행했다.

그리고 모든 언론들의 활동을 중지시켰다.

8월 29일

조선과 일본 양국에서는

한일강제합병조약이 공표되었고,

조선에서는 대한제국의 한제 순종의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대한제국의 황제 순종은 담화에서

"원래 허약한 것이 쌓여 고질이 되고

피폐가 극도로 이르렀으니

빠르게 만회할 가능성이 없다.

이것이 더욱 심해지면

끝내는 저절로 수습할 수 없게 된다.

차라리 이 수습을 남에게 맡겨서

정상화 할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

그러므로

짐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

한국의 통치권을

종전부터 친근하고 믿고 의지하던

이웃나라 대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하여

동양평화를 공고히 하려 한다.

그러니 그대들은

번거롭게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각각 그 직업에 안주하여

일본제국의 문명한 새 정치에

복종하여 행복을 함께 받으라."

(순종실록 3년 8월 29일자 기사)

전국민을 분노케하는 담화였다.

 

 

일본에서는 조선의 한일강제합병조약에 대한

뉴스가 거리에 흘러나왔고

전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조선에서는 정적만 흐른고 고요했다.

일본기자도 조선의 거리를 보며

"기이한 날이었다." 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만세소리!!

만세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나라를 팔아 먹는데 앞장 섰던 조선인

'일진회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덕수궁 등지에서 기쁨의 만세를 외치고 다녔다.

35년의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첫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8월 29일 경술국치

우리나라는 조기를 게양해야 하는 날이다.

아프고 지우고 싶은 사건들 또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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