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로환[征露丸]' 과 '정로환[正露丸]'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상비약이다. 상비약에는 상처밴드, 상처연고, 물파스, 모기기피제, 배탈약, 설사약, 멀미약등 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탈, 설사약을 '정로환[正露丸]'을 준비한다.
그래서 '정로환[正露丸]'의 역사를 알아본다.

일본은 1867년 막부(幕府)의 쇼군(將軍)이 이끄는 무신정권이 막을 내리고, 메이지 천왕의 정권이 탄생하는데, 이것을 '메이지'와 '유신(維新,오래된 것을 새대에 맞게 새롭게 바꾼다.)'의 합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정권이라 한다.
일본을 통일한 메이지유신은 세계정벌을 위한 끊임없는 전쟁을 하게 되는데, 첫번째 전쟁이 1894년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벌인 '청일전(淸日戰爭,1894-1895)이다. 청나라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조선의 내정개혁을 명분으로 1894년 7월 경복궁을 기습 공격으로 청일전쟁을 일으켰으며, 일본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다.

이후 1904년 한반도의 지배권을 놓고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당시 일본군에서 무려 2만7천여명이 각기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각기병은 도정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비타민B1부족으로 인한 소화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병으로 치사율이 상당히 높았으며 당시에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전쟁터에는 각기병과 함께 상한 음식과 오염된 물로 인하여 병사들은 복통을 달고 다녔고, 일본은 이러한 질병들이 전쟁의 악재였다.

메이지 천왕은 일본내의 명의들을 모아 일본군의 복통을 해소할 약을 개발할 것을 지시하였고, 1902년 ‘충용정로환(忠勇征露丸)’이 탄생하였다. ‘충용정로환(忠勇征露丸)’이란 '충성스럽고 용감하게 러시아를 정벌하라'라는 뜻으로 일본군사이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불릴정도로 효과가 뛰어났다.
일본은 러시아를 물리치고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충용정로환(忠勇征露丸)’은 '러시아를 이긴 약'이란 별칭이 붙여졌고, 정복하라는 의미인 '정복환'으로 불리기도 했다.

1930년대 '충용정로환(忠勇征露丸)' 광고

1930년대 시판되었던 '충용정로환(忠勇征露丸)'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을 시작으로 청나라를 거처 아시아정벌에 나서게 되며, 1939년에 유럽의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며 '정로환' 일본병사들에게 인기가 엄청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정로환(征露丸)'의 제조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항상 물량부족을 겪었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가짜 '정로환(征露丸)'이다. 그러나 가짜약 마저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후 효능을 분석한 결과 약의 효능이 아닌 '플라시보(Placebo)효과'로 분석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의 아시아정벌을 위한 포부도 잠시, 미국과의 대립에서 미국이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제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리게 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인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정로환(征露丸)'은 앞글자를 '바를정'자로 고쳐 '정로환[正露丸]'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앞글자를 '바를정'으로 바꾼 '정로환[正露丸]'

현재 시판중인 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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