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박물관의 게르니카(Guer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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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하다 보면 베트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바딘광장을 둘러보게 됩니다.  바딘광장에는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이 영면하고 있는 호치민묘소와 주석부, 베트남의 국보 일주사 그리고 호치민박물관이 있습니다.

 

호치민박물관은 1990년 5월19일에 호치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옛)소련에 의해 바딘광장 뒷편에 12,000m2 규모로 건립되었습니다. 베트남의 정신적 지도자 호치민이 프랑스의 식민통치에 저항하던 베트남 혁명과 투쟁을 테마로 하는 박물관으로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은 총 8단계의 연대기적 주제로 호치민의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 1890~1910년까지 호치민의 탄생과 성장, 고향과 청소년기를 모델로 전시

2. 1920~1945년까지 호치민이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기록을 전시

3~5. 호치민이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 이상을 바탕으로 베트남 공산당을 창설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방법을 전시

6~8. 1945~1969년까지 호치민의 정치적 삶을 그린 역사가 전시

호치민박물관

호치민박물관의 호치민동상

 

그런데 호치민박물관을 관람하다보면 베트남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스페인출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44)'의 작품 '게리니카(Guernica)'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게르나카(Guernica)는 왜 호치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까요?

게르니카(Guernica,1937)'

 

1937년에 그려진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Guernica)'는 스페인 내전의 비극적 사건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1936년 7월, 군인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반군이 합법적인 스페인 공화국 정부에 반기를 들었고, 이에 내전이 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내전 와중에 1937년 4월 26일,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가 나치 독일의 폭격기에 의해 잔혹하게 공습을 받았습니다. 민간인 1,6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분노한 스페인 공화국 정부는 동년 파리 만국박람회 스페인관에 전시할 작품으로 피카소에게 이 참상을 그린 대작을 의뢰했습니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서 전쟁의 광기와 잔혹성, 평화로운 민간인들의 무고한 희생을 강렬한 비정형의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작품 속 처참하게 꼬인 말과 어머니의 몸, 파열된 집과 불길 속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인상적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피카소는 비인간적인 전쟁 행위와 프랑코 독재 체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게르니카'는 반전(反戰)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20세기 대표적인 정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1858-1946년 프랑스의 식민통치, 1940-1945년 일본의 식민통치, 1946-1954년 프랑스와의 독립전쟁, 1960-1975년 미국과의 전쟁, 1977-1991년 캄보디아와의 전쟁, 1979년 중국과의 전쟁으로 약 120년간의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식민통치와 전쟁을 치러야 했기에 그 어느나라보다도 전쟁의 비극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함이지 않을까요?